축산바로알리기 소식지 4월 3째주 회장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초록의 기운이 짙어지는 4월 중순입니다. 따스한 햇살처럼 회원 여러분의 일상에도 웃음과 기쁨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항상 회원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이번 소식지에서는 ‘곡물 빈곤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이슈가 된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 요구가 단순한 방역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식량 주권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한국은 대표적인 곡물 수입 의존 국가로, 코로나 팬데믹과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이미 식량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을 직접 겪은 바 있습니다. 그동안 경제성장을 앞세운 정책 아래 소외돼왔던 농업과 축산업이야말로, 국민 건강과 국가 안보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이번 호 축산신문에 실린 기고문 <K-축산, 국민속으로(48)/축산업에 남겨진 앞으로의 과제는?>은 2년간 이어온 연재의 마지막 글입니다. 마무리인 만큼 오늘날 축산업이 마주한 주요 과제들을 차분히 돌아보고자 했습니다. 첫째, 축산업이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현실에는 억울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이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만큼, 이제는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소비자와의 관계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가치소비와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시대에 발맞춰, 축산업도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제품과 생산 방식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축산업은 단순히 식품을 생산하는 기능을 넘어 경제적·환경적·사회적 가치를 함께 품고 있는 다원적 산업이라는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축산업의 이런 가치를 더 많은 사회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올바르게 알리는 일 또한 우리 축산인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축산업의 진면목은 우리가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드러낼 때 더욱 빛날 것입니다. 그동안 연재해 온 글들이 그 시작에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K-축산, 국민속으로>연재보기] 마지막으로 ‘정부, 식량안보 강화에 손 놨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함께 공유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2025~2029 제1차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안’에서 2029년까지 식량자급률을 55.5%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이전 목표에서 후퇴한 수치이며, 실제 달성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기초 식량 중심의 자급률 제고’라는 정책 방향조차 흐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식량안보에 대한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사보러가기]
[이슈체크] 곡물 빈곤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식량 주권이 흔들리고 있다: 소고기 수입 확대와 자급률 하락의 이중 위기 앞서 소개한 소식지에서는 최근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가 한국 정부에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 제한을 철폐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사실을 다뤘다. 이는 2008년 광우병(BSE) 우려에 따라 도입된 방역 기준을 다시 손보자는 요청으로, 단순한 수입 조건 변경이 아니라 우리 방역 주권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라는 것이 핵심 주장이었다. 오늘은 이 문제가 미치는 영향이 방역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더 나아가서는 식량 주권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다루고자 한다. 소고기 수입 확대는 국내 축산업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식량 자급 체계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축산업은 사료용 곡물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산 축산물이 시장을 점점 더 잠식하게 되면 축산물 자급률은 물론, 곡물 자급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국내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곡물 의존도, 이대로 괜찮은가?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수십 년째 하락세다. 1990년대 70%에 육박하던 식량자급률은 2020년 이후로 40%대에 머물고 있으며, 이조차도 사료용, 가공용에 사용되는 곡물을 모두 포함한 곡물자급률까지 가면 평균 20%대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다(2024년 기준 식량자급률 49.0%, 곡물자급률 22.2%). 이처럼 낮은 자급률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표1).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전 세계 평균 곡물자급률은 100.7%였고, 미국은 122.4%, 캐나다는 169.9%, 호주는 무려 338.8%에 달했다. 일본조차 27.6%로 한국보다 높았으며, 같은 기준에서 한국은 19.5%에 그쳤다. 이처럼 심각하게 낮은 자급 기반은 국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더 큰 취약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표: 주요국 곡물부문 자급률 (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 2024년 6월 발표) 
글로벌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는 위기, 곡물 빈곤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진 한국 ‘글로벌 시대에 굳이 자급률을 높일 필요가 있느냐’는 낙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실제로 국제 곡물 가격이 출렁일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자급 기반이 약한 국가들이다. 한국은 대표적으로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인데다, 국내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 그 의존도가 점차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의 갈등으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의 급등과 공급 불안을 직접 경험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가뭄, 산불이 잦아지며 세계 각국에서 농산물 수확량이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성이 상수가 되어가는 지금,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계획은 계획일 뿐 국민 건강 나 몰라라 하는 정부의 무책임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식량자급률 향상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22년, 당시 44.4%였던 식량자급률을 2027년까지 55.5%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이 목표 기한이 2029년으로 연기됐고, 달성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이를 두고 2025년 1월 13일자 「농민신문」 사설은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숫자 놀음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통해, 정부가 국민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지나치게 가볍게 다루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 건강을 두고 안되면 계속 미루자는 식의 안일한 태도가 우려스럽다. 2007년 이후 정부가 목표치로 내놓은 식량자급률 목표가 단 한 번도 지켜진 적 없다는 사실이 그 증거이다. 축산업 또한 식량안보의 한 축 방역과 자급률을 함께 지켜야 할 때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면서 농업과 축산업을 점점 뒤로 미뤄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줄고 있고, 이는 정책에서도 식량 산업이 얼마나 소홀히 다뤄져 왔는지를 보여준다(표2).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지만 식량은 단순한 경제 재화가 아니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탱하는 핵심 자원이자, 국가 안보의 근간이다. 표2: 주요국 농림어업 GDP 비중 
이런 점에서 축산업의 의미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축산업은 국민에게 필수적인 단백질과 영양소를 공급하는 주요 산업이고, 그 지속 가능성은 곧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곡물과 채소 중심의 식생활 문화 속에서 축산업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간과해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고령화와 만성질환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오히려 균형 잡힌 축산물 섭취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축산업을 식량 안보를 구성하는 전략 산업이자 자급 체계의 필수 축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방역은 단순한 기술 관리 차원을 넘어, 우리 식량 체계를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다시 제기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 요구는 단순한 무역 사안이 아니라, 국민 식탁의 안전망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지금 유지되고 있는 ‘30개월 미만’ 수입 기준은 광우병 위험에 대한 과학적 판단을 바탕으로 마련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그런데 이를 무역 편의라는 이유로 완화한다면, 단순히 기준 하나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식량 주권과 방역 체계 전체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정부가 단기적 수입 확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국내 식량 자급 기반을 다시 설계하고 복원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라 생각한다. 축산업 역시 자성의 자세로 생산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육 환경을 개선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어가는 지금, 이러한 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어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