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지방의 누명
우리는 흔히 '지방을 비만의 주범이자 각종 대사성 증후군을 일으키는 위험한 물질이라 알고 있다. 그러나 지방은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섭취해야 할 3대 '필수 영양소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오히려 지방 섭취가 적을수록 비만 및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글 에서는 지방을 둘러싼 대중들의 오해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그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간단 하게 살펴본 후, 지방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다. 지방은 무엇보다 '비만과 연결되어 사람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제공했다. 이런 인식은 1961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생물학자이자 병리학자였던 엔설 키스(Ancel keys) 박사가 '지방'을 비만과 심혈관 질환 및 각종 성인병의 주원인으로 지목하며 시작되었다. 동시에 그는 곡물을 건강한 식단의 주성분으로 지정했는데, 이 때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고탄수화물 저지방 식이(HCLF)'가 권고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미국인들이 지방 섭취를 줄이고, 탄수화물 당질 섭취가 늘어나는 시점부터 비만률이 급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다(표1좌,우).
<표1(좌): 미국의 육류 및 탄수화물 섭취량 변화> <표1(우): USDA에서 저지방 식단 권고 후 미국인 비만률 변화>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키스의 실험을 비롯하여 1960-2000년대까지 저지방 도그마를 주장한 연구들 대부분이 단기임상 동물실험, 역학연구도 특정 시기만을 다룰 수밖에 없는 한 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 연구 결과는 2000년대 이후 인체생리학, 내분비학, 생화학, 영양학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한 연구가 깊어지고, 연대기적 역학 연구를 중심으로 한 장기 임상 실험이 가능해지면서 변화를 맞는다.
<표2 미국의 식사가이드의 변화>
대표적으로, 2000년대 이후부터 비만의 주범이 식이지방이 아니라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에서 200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비만의 원인은 식이지방이 아님을, 오히려 지방에서 기인한 에너지가 줄어드는 동안에도 비만도가 크게 증가함을 역학연구를 통해 증명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뒤늦게 저지방 식단 권고를 철회한다. 2015년 미국정부식사가이드는 지방 섭취 제한을 철회하며 40여 년 간 지속된 저지방 시대 종료를 고한 것이다(표2).
균형된 식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는 건강한 정상인에게는 적어도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율이 40:20:40으로 지방을 평상시에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권장하는 바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아직도 지방을 적게 섭취하는 여러 가지 요리법들이 소개되고, 저지방’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품이 계속해서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2016년9 월19·26일, <MBC 다큐스페셜>에서 지방의 누명'이라는 제목으로 지방에 대한 오해를 설명하고,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이 비만 치료 등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방영된 바 있다. 이 프로가 방영된 후 많은 매체와 의학 단체 뿐 아니라 대중들 역시 지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도 대중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요구되는 바이다.
북한 축산의 새로운 패러다임: 세포등판
2012년 9월 22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축산업 발전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자"는 구호를 내세우며 “세포등판 축산기지 건설”이라는 대규모 축산단지 조성을 선포했다. 세포등판 축산기지는 축산업 발전을 도모하여 부족한 육류 수요를 보충하고자 북한 정권이 대대적으로 장려한 사업으로 일약 북한 축산업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위 '세포등판지구'로 명명되어 개발된 지역은 강원도 세포군, 이천군, 평강군 세 곳에 걸쳐있는 약 1 억 5천만 평의 풀밭으로 남북으로 27km, 동서로 6km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면적이다. 원래 이 지역은 150만 년 전 화산이 분출했던 화산지대로 진흙이 많고 배수가 좋지 못한데다 부식함량이 낮고 산성이 심한 현무암 기반 지대로 농사에 적합하지 않아 오랜 기간 버려진 땅이었지만(인공) 풀밭을 조성해 가축들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아 많은 과학자들과 군인, 노동자들이 대거 투입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때 투입된 인원들은 '922돌격대라 칭하며 전국적으로 양성 조직되었다. 북한이 세포지구에 대규모로 축산지구를 만들어 가축을 사육함으로써 얻고자 했던 효과는 우선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축산과 낙농업에서 나오는 고기와 계란 등의 축 산물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영양 개선, 둘째 북한 내 중산층 증가와 소비수준 향상으로 증대 된 축산물 수요에 부응, 마지막으로 화학비료가 부족한 현실에서 축산 분뇨를 활용한 축산업 발전을 장려하는 문제가 그 목적이었다.
또한 북한 정권이 목표한 세포등판 축산기지의 모습 은 단순이 가축만 풀어놓고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축산업 육성을 통한 종합적 축산기지 건 설을 조성하는 데 있었다. 이를 위해 축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초지와 숲, 축산연구소, 축산 물가공기지 뿐 아니라, 이 지역에서 공동체를 꾸리며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살림집, 학교, 여 관 등과 같은 생활 시설과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작업까지 필요했다.
단일 축산 기지로서는 세계적으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세포등판 축산기지 건설을 위해 서는 다방면 전문가들의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으로 황무지 같은 땅을 개간하 기 위해 멀리 있는 원산과 함흥에서 소석회를 실어오며 토지 개량제를 생산·투입하고, 수백 톤의 풀을 생산하고자 풀씨를 파종하는데 수많은 군인과 노동자들이 투입되었다.
또한 기온 이 낮고 바람이 거세 냉해 피해로부터 작물과 가축을 보호하고자 바람막이숲이 조성되고 가뭄에 견딜 수 있는 저수지 건설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었다.이 외에도 현지 지형을 적절하게 활용해 산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을 풀밭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무동력 관수체계, 강한 바람을 이용하는 풍력발전기, 가축배설물을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는 고리형 순환생산체계와 같은 기술들이 배치되었다.
<로동신문> 사진
<세포지구> 영상 https://www.yna.co.kr/view/MYH20201207004100038
세포등판 기지건설은 2012년 발표 이후 그야말로 돌격하는 속도로 이루어졌다. 1년도 안되어 1억5천만 평의 땅이 개간되었고, 발표 5년 만인 2017년 10월 27일 준공식을 거행하기에 이르렀다. 북한 내 언론은 이 성과를 50년이 걸리는 작업을 겨우 5년 만에 해냈다고 치켜세우며 연일 보도하였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완공한 성과에 대한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다. 초반의 목표와 다르게 여전히 관련 시설은 충분하지 못하거나 전력난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뿐 아니라, 사료의 부족으로 축산물 생산이 원활하지 못한 현실도 한 계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세포등판 축산기지는 축산업에 과학적·현대적 설비를 갖추어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 출범 후 축산업 분야에서 가 장 주목할 만한 변화임은 분명하다. 또한 남북한 축산발전의 입장에서도 세포등판 축산기지는 우리가 북한에서 그들과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교두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지금은 북한 내 세포등판 축산기지의 승패를 섣불리 단정하기보다 새롭게 나타난 기회의 공간에 서남북한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민해 보아야 할 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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